6.5를 목표로 하는 사람과 7.5를 목표로 하는 사람의 공부방법은 당연히 달라야 하고 마음가짐도 달라야 한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각오를 단단히 해두는 것이 좋다.
1편에서 이야기 했듯 처음에는 금방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초반에는 크게 공부하지 않고 매달 연달아 시험을 치며 시험비를 그대로 날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했던 기억이 있다. 이 시기에 본인의 공부법이 올바른지, 혼자서만 공부하고 있다면 과연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 다시 마음을 잡고 본격적으로 공부하다!
1. 다시 마음을 잡고 본격적으로 공부하다!
1) 스피킹
8월에 본 네번째 아이엘츠 시험 이후부터 10월 초까지는 의욕이 없어서 정말 손 놓고 지내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본격적으로 스피킹과 라이팅 튜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캐스모(토론토 한인 커뮤니티 다음 카페) 뿐만 아니라 여러 곳을 통해 많은 튜터들에게 연락을 해봤고 직접 만나 트라이얼 레슨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한국인이라고 해서 아무나 다 한국어를 잘 가르치는 법을 아는 것이 아니듯, 캐네디언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총 10명 정도 연락을 해봤고, 직접 레슨을 받아본 건 4명 정도. 이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분(한국인 튜터)이 있었고 수업료는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트라이얼을 받아보고 가장 좋아서 이분으로 선택했다. 참고로 2019년 10월 기준으로 당시 수업료는 보통 시간당 25불 - 40불 (1대1 수업) 정도였다. 원어민인 캐네디언 튜터들 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세세하게 잘 짚어주셔서 무료 트라이얼을 받아본 직후 고민없이 정할 수 있었다.
* 혹시 토론토에서 아이엘츠 스피킹 & 라이팅 튜터가 필요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이 분 연락처 알려드릴게요. 아직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스피킹 튜터가 정해진 후부터 일주일에 1, 2번 정도해서 보름동안 한번에 1시간 반씩 총 4번을 이 튜터분과 연습하고 다섯 번째 시험을 쳤다. 늘 실적에서 막힘없이 다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 대답들이 점수가 안 나오는 대답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수업을 받으러 가기 전에 집에서 내가 커버해야 할 토픽들을 미리 준비해 가며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해야 내가 더 잘 말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굳이 거창하게 꾸며서 말할 때보다 내가 아는 내에서 대답할 때가 가장 편하고 말도 잘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라이팅
비슷한 시기에 친한 캐네디언 친구가 내 딱한 사정을 듣고 에세이를 봐주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정말 똑똑하고 논리적인 친구라, 라이팅 전반에 대한 아이디어와 구조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2번을 친구가 일하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는데, 만날 때 마다 2개씩 에세이를 준비해갔다. 그러다보니 결론적으로 일주일에 라이팅 4개씩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게 되고, 제대로 된 에세이를 쓰기 위해 더 많은 분량의 관련 정보를 읽었으며, 친구가 봐주는 거다 보니 대충 써서 보여주는 게 창피해서 정말 열심히 쓰고 수정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한 결과물을 가져갔다.
그러는 사이 막막하기만 했던 에세이 틀이 잡히고, 문장과 문장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결론을 어떤 식으로 도출하면 좋을지를 배웠다. 혼자서는 아이엘츠 라이팅 샘플들을 많이 읽고 대충 끄적여봤었지만, 친구가 도와준 한 달간 라이팅 실력이 정말 많이 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2. 다섯 번째 아이엘츠 - 11월 (컴퓨터)
대망의 다섯 번째 시험!
8월 시험을 마지막으로 중간에 3개월이나 텀이 생겨버려서 오랜만에 시험 감이나 잡고 현재 점수가 얼마나 나올까 확인한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등록했다. 페이퍼로 보는 게 더 집중이 잘됐지만 이른 시험시간(아침 9시) + 더딘 채첨 기간(2주) 때문에 컴퓨터 시험을 택했다. 그 이유는 라이팅은 무조건 손으로 쓰는 것보다 컴퓨터로 쓰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시험 일주일쯤 전부터 편도가 부어 크게 아팠지만 시험 전날에는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고,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운을 빌기보다는 준비한 만큼의 성적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랬다. 시험 전날 꿈을 꿨는데, 시험 관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엄청난 실망을 했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좋은 의미였다'라는 스토리였던 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1) 스피킹
시험 시간이 오후 4시 반이라 일부러 시험 바로 전에 스피킹 수업을 잡고 튜터 선생님과 한 시간 반 동안 미리 말을 많이 한 뒤 곧장 시험장으로 향했다. '몇달 쉬고 나서의 지금 내 점수를 확인만 하는거야' 라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그래도 사실 부담감이 너무 컸다.
그래도 긴장하지 않으려고 들어가자마자 일부러 책상에 두 팔을 떡하니 올려놓고 그냥 친구와 대화한다는 기분으로 대답을 했고,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실제로 긴장이 덜 되었다. 게다가 이날 나온 질문들이 내가 대답하기 쉬운 토픽들이라 운이 좋았다. 파트 2 질문이 '가본 이벤트들 중 지루하다고 느낀 이벤트' 였는데, 정말 다행히도 10월에 다녀온 네트워킹 이벤트가 있어서 굳이 지어내지 않고도 그 이벤트에서 느낀 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토픽이 나오면 대답을 지어내느라 더 멘붕인데, 이날은 말할 내용이 있는 토픽이라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2) 리스닝
평소와 비슷하게 봤지만 중간에 놓쳐버린 질문이 하나 있었고, 마지막 질문도 잘 듣지 못했다. 두 번째 시험을 봤을 때 '어? 이러다 나 만점 받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다 듣고 자신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7.5를 받았던 터라, 이번에는 두 문항이나 흘려들어서 좀 불안하긴 했다.
리스닝은 8점(*제너럴 리스닝은 40문항 중 35-36를 맞아야 함)이 목표였다.
3) 리딩
리딩도 평소 때처럼 편하게 봤지만, 마지막 지문이 생각보다 길고 어려워서 주관식 답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마지막 2 문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1분을 남겨두고 급하게 써넣었다.
리딩은 7점(*제너럴 리딩은 40문항 중 34-35를 맞아야 함)이 목표였기에 몇 개 틀려도 괜찮았다.
4) 라이팅
- 파트 1: '본인이 일하는 회사에 환경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편지를 쓰기'
어려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잘 안 써져서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고, 쓰면서도 '아... 아이디어가 좀 엉성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 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디어로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파트 1에 이미 25분을 써버림;;
- 파트 2: '사람들이 개인적인 파티(생일이나 웨딩)에 돈을 많이 쓰는데 이것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토픽이라 정말 멘붕이었다. 시간은 35분 밖에 남지 않아서 였는지, 아이디어랑 구조를 제대로 잡지도 못한 상태에서 막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쓰기 시작하긴 했지만 제대로 써지지도 않고, 두번째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서포트 하는 내용들도 떠오르지 않았다. 15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글의 반도 못 쓴 상태라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서 글자 수 250이라도 맞춰서 쓰고 제출하자라는 생각으로 멘탈을 잡고 꾸역꾸역 써내려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 아이디를 뒷받침하지 못했고, 감성적이고 추상적으로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해. 왜냐면 인생에서 몇 안되는 기회인데 어쩌고 저쩌고...'라는 내용만 지루하게 쓰다 끝이 났다. 이전 시험들에서 라이팅은 늘 초반에 구조를 미리 잡아두고 '어? 잘 써지네?'라는 착각을 하며 써왔던 터라 이렇게 멘붕으로 허겁지겁 마무리하기는 처음이었다.
파트 2를 쓰면서 '이렇게 시험비 320불을 또 낭비했구나. 시험 전 며칠간 얼마나 긴장을 했는데... 이 순간의 실수로 또 기회가 사라지네...' 라는 생각 뿐이었고, 억울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아직도 준비가 안됐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라이팅 시험 내내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아 어떡해 어떡해 진짜 어떡해애애애애애ㅠㅠ' 하며 무너져가는 멘탈을 부여잡고 끝까지 써서 제출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달까?
3. 당연히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라이팅을 망쳐버린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나름 고생했다고 시험 본 당일과 다음날은 그동안 멀리했던 넷플릭스를 보며 느긋하게 쉬고, 이틀 후부터 다시 매일 에세이를 쓰고 리딩 공부를 하며 당연히 다음 시험을 습관처럼 준비했다.
일주일 후 라이팅 점수 5.5 - 6을 예상하며 편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으러 갔는데, 나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봉투를 열어보고는 점수를 보고 깜짝 놀라서 길에서 'What? Whaaaaaaaaaaat?' 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드디어 7.5를 받았다!! |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결과가 든 봉투를 들고 라이팅 공부를 도와주는 친구를 만나러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에 혹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란 생각에 대여섯 번을 꺼내서 다시 확인했다. 뚫어져라 보고 넣어뒀다가 안경쓰고 다시 확인할 정도로 이건 기적이었다!!!
- 리스닝: 8 (!!)
- 리딩: 7.5 (!)
- 스피킹: 7 (!)
- 라이팅: 7 (!!!!!)
라이팅과 스피킹에서 7이 필요했고, 리스닝은 조금 불안했는데, 각 영역에서 정말 딱 필요한 점수가 각각 다 나와준거다!!!
몇 달간 마음고생 했던 게 머릿속을 스쳐가고, 앞으로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할지, 스피킹 수업료며 시험비가 얼마나 더 나갈지, 혹시 올해를 넘기면 내 멘탈이 견뎌낼 수 있을지 등등 걱정이 많았는데...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와줄지 정말 몰랐다.
아이엘츠에서 Each 7 + 리스팅 8이 딱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총 8-9번까지 시험을 봐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결과를 받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고, 어쩌면 2019년 일년 중 가장 행복했던 하루였다.
* 다음 편에서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공유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