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상글을 올리는 블로그로 생각하고 구독하고 있던 네이버 블로그가 알고보니 현지 유학원에서 운영되는 블로그였는데, 어느날 토론토에 있는 나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없는 컬리지 추천글이 올라온 걸 보고 드는 생각이 많아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남기기로 했다.
나 또한 처음 한국에서 유학원을 통해 벤쿠버 어학연수를 왔고 이 후 토론토에서 컬리지 진학을 이유로 여러 현지 유학원들에서 많은 상담을 받아봤다. 캐나다 어학연수나 유학 등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내 경험담과 정리한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유명한 대형 유학원이라면 전적으로 의지해도 된다?
토론토 다운타운 |
1. 유명한 대형 유학원이라면 전적으로 의지해도 된다?
아무래도 학생들을 더 많이 상담 해보고 캐나다로 보낸 경험치가 쌓여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해당 유학원을 이용한 학생들의 리뷰나 후기도 더 많기 때문에 어학 연수나 유학 전인 학생들이 미리 이런 정보를 꼼꼼히 찾아보고 참고하기에도 좋다.
또한 체계도 잘 잡혀있어서 실제로 홈스테이와 학생 사이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학원에서 도와주었고, 어학연수 후 컬리지로 바로 진학하고 싶을 경우의 상담도 수월했다. 확실히 캐나다 현지에도 따로 사무실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어학원 사무실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었고, 이 때 어학연수생들 사이나 현지 직원들로 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서 전반적으로 초반에 정착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몇 년에 한번씩 터지는 유학원 사기나 폐업 등을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00%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실제로 나의 벤쿠버 어학연수 진행을 도와줬던 멀쩡하던 한국 유학원(대형 유학원 중 한 곳)이 몇년 후 갑자기 폐업하게 되어 당시 유학을 진행 중이던 학생들이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어느날 뉴스에서 접했다. 나도 단 몇 년만 더 늦게 수속을 했다면 피해자 중 한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했던 기억이 생각이 난다.
어학원, 컬리지, 대학 상관없이 일단 학비의 단위가 커지다보니 한번 사기를 당하면 금전적인 손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유학원을 통해 진행을 하더라도 큰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현지 학원이나 학교에 대한 정보, 절차 등은 본인이 직접 한번 더 확인해가며 진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안심이다.
2. 유학원에서 추천하는 학교와 학과들은 믿을만 할까?
1) 어학원
한국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 곳은 이미 학교 시스템이 잘 잡혀있고 오랫동안 큰 규모로 잘 운영해 온 대형 어학원들이다. 어학원에서 이런 곳들을 제일 우선순위로 추천하는 것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기도 하고, 현지 학원을 보냄으로써 유학원이 받는 커미션도 괜찮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큰 어학원이 아닌 경우에는 원어민 강사의 수준도 믿기 힘들고, 어학원의 체계도 잘 잡혀있지 않아서 수업의 질이 높게 유지되기도 힘든 편이다 (사실 대형 어학원이라고 해도 강사들의 임금 자체는 높지 않은 편). 이런 이유로 혹시 소규모의 유명하지 않은 어학원이지만 한국인 비율은 적다는 이유로 추천받는다면 본인이 직접 해당 어학원의 리뷰를 검색해보기를 추천한다. 한국인외 아시안 비율이 적은 것은 좋은 점이지만, 그 비율이 적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 남미 쪽 학생들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공부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들 특유의 억양이나 수업 태도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팁!
학생비자가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먼저 캐나다에 입국해도 되는 분들은 먼저 도착해서 분위기를 파악한 후 직접 발품을 팔아 학원을 돌아다녀보고 상담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래도 현지에 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보이는 점들도 있고, 어학원의 위치나 시설 및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에도 좋다. 그리고 수업료가 살짝 더 저렴 할지도?
2) 컬리지, 대학
개인적으로는 컬리지나 대학은 직접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토론토의 경우 대표적인 컬리지들과 각 컬리지별 유명한 학과 등은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고, 그 외 추가로 알고 싶은 부분도 각 학교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내가 선택한 학과의 경우 한국인 유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비인기 분야였기 때문에 실제로 여러 유학원을 방문해서 상담받았을 때에도 내가 학교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것 이상의 정보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상담받기 전에 혼자서 이미 어느정도 리서치를 해본 후라 상담해주시는 분보다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훨씬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오롯이 혼자서 정보를 찾고 선택을 했고, 유학원에서는 입학 수속과 학생비자 서류 준비만 도와주셨다.
3. 과연 나를 위한 진로일까 유학원을 위한 진로일까?
벤쿠버에서 어학연수와 관광비자 연장으로 총 일년을 보낸 후 막연히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담당 유학원 벤쿠버 지사에 컬리지 진학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다. 당시에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하고 아직 캐나다에 대해 뭘 잘 몰랐던 때이기도 해서 아무래도 유학원 담당자분이 해주시는 말씀에 크게 좌지우지되기 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대로 추천받은 컬리지나 학과를 선택하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때 상담받은 내용은, 아무래도 유학생으로 와서 직업을 구하기에 남자는 자동차 정비나 항공 정비 혹은 요리를 전공하는 것이 좋고, 여자는 유아교육(ECE: Early Childhood Education)이나 호텔 서비스(Hospitality)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딱 단정지어서 추천을 해주셨던 것. 그래서인지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벤쿠버에서는 이쪽 분야로 진학하는 한국인들이 유난히 많다.
다행히 나는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해 한국에 돌아가 몇달 간 시간을 다시 보낸 후 토론토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토론토로 도시를 옮기고 나서는 훨씬 더 넓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단지 이민하기 쉬워서, 외국인이지만 취업하기 쉬워서라는 이유가 아닌 내가 정말 배우고 싶은 게 어떤 분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 후 진로를 정했다.
토론토 리버데일 파크 |
인터내셔널 학생들은 캐네디언 학생들과 똑같은 걸 공부하면서도 2-3배나 더 많은 학비를 내야한다. 게다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단순히 많이 진학하는 학과라서, 취업하기 쉬울 것 같아서, 이민하기 좀 더 수월하다는 이유 만으로 학교와 학과를 선택해서는 절대 안된다. 물론 본인이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보육교사가 되고 싶다거나 호텔에서 일하기를 원해서 진학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길게 봤을 때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왕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지 않은가?
또한 이름있는 컬리지는 아니지만 학비가 저렴하거나 1년짜리 과정으로 짧게 수료가 가능하다는 일부 컬리지의 경우, 제대로 된 학교라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설립된 이름만 컬리지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나와 친했던 일본인 친구는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단순히 토론토에 남고 싶어서 지인을 통해 이름없는 사립 컬리지에 등록한 후 비교적 저렴한 학비만 지불하고 전혀 학교에 다니지 않았음에도 학생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졸업도 못하고 돌아갔지만, 당시 이 친구는 학생 비자를 받고 캐나다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어서 괜찮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개개인의 관심사와 적성은 다르기 때문에 당장 배우고 싶은 분야는 없지만 일단 학생비자만 연장하고 싶고, 캐나다에 남고 싶다고 해서 유학원에서 추천해주는 학과로 그냥 진학하는 것은 돈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 유학원은 자선사업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을 통해 이윤을 내는 곳이라는 본질을 잊지 말고, 컬리지나 대학은 본인이 준비가 되었을 때, 본인의 의지로, 본인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로 진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