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 스토리] 2편. 벤쿠버에서의 어학연수 6개월 (어학연수 기간별 느낀점 & 벤쿠버 도시 분위기)

2013년 여름부터 1년간 벤쿠버에서 어학원도 다니고 일도 했던 이야기. 


Table of Contents

1. 어학원
2. 거주지
  1) 필리핀 가정 홈스테이 3개월
  2) 벤쿠버 다운타운 콘도 9개월
3. 벤쿠버 생활
  1) 첫 3개월
  2) 3개월 - 6개월
  3) 6개월 - 9개월
  4) 9개월 - 12개월
4. 벤쿠버에서 느낀 점
  1) 여유로운 케네디언의 일상
  2) 천국같은 여름과 지루한 겨울
  3) 한인 커뮤니티


벤쿠버 어학연수 이미지
벤쿠버 어학연수

 



1. 어학원


여러 어학원들이 있었지만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표를 정할 수 있고 매달 내가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ILSC로 선택했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유학원을 통해 등록했는데 여러 학원들 팜플렛을 주셔 미리 유학원을 정한 뒤 출국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는 친구들은 일단 벤쿠버로 넘어와서 현지에서 발품팔며 돌아다닌 후 등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 도착해서는 레벨 테스트를 받고 반 배정을 받게 되는데 나의 경우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 학생의 경우) 중급반에 배정을 받았다. 레벨이 낮으면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는데, 레벨이 중급 이상일 경우 반에 한국인 비율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우리반에도 무려 절반이 한국인이었지만 우리는 학원수업이 끝나도 꼭 영어로만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2. 거주지


아는 사람없이 혼자 가는거라 처음 3개월만 홈스테이로 등록했다. 보통 2-3개월 정도 홈스테이로 살고 다운타운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홈스테이 패밀리가 너무 잘맞거나 편하다면 일년 내내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홈스테이는 다운타운이 아닌 버나비 같은 쪽이 많아서 다운타운 나오기에 시간도 걸리고 동네도 좀 심심한 편이다.


1) 필리핀 가정 홈스테이 3개월

월 750불을 냈고 (2013년 기준) 매일 아침은 간단한 빵 종류,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고기류로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해외 경험이 있다면 처음부터 혼자서 장보고 요리하고 어학원을 다니는데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도착하는거라 아무래도 홈스테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좋은 것 같다. 홈스테이 가정에 따라 거주환경, 음식 수준, 대우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백인 캐네디언 가정에 머문 친구는 점심으로 샌드위치나 피자만 싸준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홈스테이를 정할 때 고려할 점은 어떤 가정인지, 홈스테이 하우스 위치는 얼마나 다운타운이나 스카이트레인 역에서 가까운 지 등이다. 


2) 벤쿠버 다운타운 콘도 9개월

어학원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점점 다운타운에서 늦게까지 노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다운타운으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홈스테이 가정이 필리핀 가정이라 너무 고기 위주인 식단이 질리기도 했고, 그냥 마음 맞는 애들이랑 방을 구해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기도 했다. 

여기저기 많이 둘러본 후 다운타운에 있는 최신식 콘도의 솔라리움에서 월 550불을 내고 지내기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벤쿠버 솔라리움 가격이 1000불이라고 한다. 당시에도 방도 아닌 스토리지 같은 공간에 침대만 하나 놓고 지내는 게 서러웠는데, 요즘 정말 렌트비가 말도 안되게 너무 비싸다.




3. 벤쿠버 생활


1) 첫 3개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수업도 즐겁고 벤쿠버 이곳저곳을 몰려다니며 늘 설레는 기분으로 지냈다. 6월에 도착해서 여름 시즌이었기 때문에 매주 이벤트도 많고 가볼 곳이 많았다. 홈스테이를 하더라도 서로 집 초대가 가능한 친구들도 있어서 그런 홈파티도 많이 다니며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간이다.


2) 3개월 - 6개월 

처음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반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하나 둘 본인 나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많다. 영어 공부를 하고있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지치기도 하는 시기. 돈 들여 어학연수를 왔는데 공부보다는 너무 놀기만 한 것 같아서 학원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거나 워킹 홀리데이로 온 친구들은 슬슬 일자리를 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3) 6개월 - 9개월 

나의 경우 6개월째로 학원은 끝이 났고, 벤쿠버가 좋아서 결국 관광비자를 6개월 연장하여 더 지내기로 했다. 미리 준비해 온 어학연수 비용은 딱 6개월 학비에 생활비 뿐이라 비자없이 일할 수 있는 코리안 레스토랑에서 몰래 파트타임을 시작했다. 엄연히 말하자면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캐쉬를 받으며 일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랍슨 스트릿 이미지
랍슨 스트릿


다운타운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라 매일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멀리까지 가서 일했는데, 한국에서 사무직 일만 하다가 벤쿠버에서 처음으로 레스토랑 서버로 일해보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내가 일했던 곳은 한국보다 더 엄격한 분위기라 초반에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생활비를 벌 수 있었기에 참고 일할 수 있었다.


4) 9개월 - 12개월 

이즈음이면 이미 초반에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돌아가고 벤쿠버에 아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 매일 비만 오는 벤쿠버 겨울 날씨를 견디기가 힘들었고, 주 4일 정도는 나가서 파트타임 일을 했지만 그 외에 비오는 벤쿠버에서 즐길거리는 많이 없었다. 


벤쿠버 겨울 이미지
비만 오는 벤쿠버의 겨울



주변에 1년 비자가 있음에도 벤쿠버 겨울을 버티지 못하거나 외로워서 예정보다 일찍 귀국하는 어학연수생들도 정말 많았다. 

나는 이 기간에는 딱히 영어공부를 하지는 않았고, 벤쿠버에서 파트타임을 하며 모았던 돈으로 벤쿠버 근교와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캐나다에서 더 지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들었지만 컬리지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던 터라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을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4. 벤쿠버에서 느낀 점


1) 여유로운 케네디언의 일상

한국에서는 늘 뭔가 더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더 가지지 못해서 안달내며 살았었는데 벤쿠버에서 지내며 그런 사소한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평일 오후에 여유롭게 (엄마가 아닌) 아빠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나, 주말마다 가족들로 넘쳐나는 공원, 산, 강가 등. 눈만 돌리면 자연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살아가는 캐네디언들의 삶이 보였다. 돈을 목적으로 매일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이 아닌 자연과 여유를 즐기며 느긋하게 살아도 되는 그런 일상이 보였다. 확실히 아이들을 키우기에 정말 적합한 환경이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캠핑이나 등산, 스키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었다. 



벤쿠버 이미지
벤쿠버 일상



2) 천국같은 여름과 지루한 겨울

하지만 화려한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풍경이 확 바뀌는데, 원래도 인구가 많지 않은 도시임에도 겨울엔 다운타운 자체에 사람도 훨씬 줄어든 것 같았다. 매일 비가오고 흐리기에 집 밖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나마 친구들이 남아있을 땐 친구들 집에서 요리도 하고 술마시고 노는 정도의 여가생활이 다였고,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니 어떻게 겨울을 보내야할지 몰라서 막판엔 미드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건 어학연수생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민해서 오래 사시는 분들도 아마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큰 회사도 없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벤쿠버라는 도시 자체가 전반적으로 laid-back(느긋한, 태평스러운)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젊은 층이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즐길 수 있는 도시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바쁘게 지내야하는 한국 생활이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할테고, 술이나 마약에 빠지기 쉬운 도시이기도 하다.




3) 한인 커뮤니티


게다가 워낙 작은 도시이다보니 한인사회가 좁다. 소문이 퍼지기도 쉽고 '어디서 일하는 누구'라고 하면 '아 걔!'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한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다.
다운타운이나 당시 한인들이 많이 살던 코퀴틀람이나 한인 교회를 나갈 경우 소문이 퍼지기도 쉽고, 워낙 한가한 도시이다보니 쉽게 가쉽거리를 만드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라 요즘 벤쿠버 한인 커뮤니티는 어떤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주어진 자연환경과 도시 자체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좋지만, 친구나 가족이 없는 어학연수생들에게는 벤쿠버가 다소 심심하고 외로운 도시로 느껴질 수 있다. 
짧게 어학연수만 생각하고 있다면 5,6월부터 10,11월 사이 날씨가 좋은 시즌만 다녀오는 게 좋고, 영주권까지 생각한다면 벤쿠버에 적응해서 가족을 이루기 전까지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모임을 하며 생활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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