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역사와 현재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갈등

인도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부쩍 이 나라의 종교와 문화, 공식적으로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카스트제도 등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벌거벗은 세계사>에 카스트 제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서 알게 된 내용을 공부 겸 정리해보았다.


Table of Contents

1. 인도 고대시대의 카스트 제도
  1)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
  2) 고대시대에 나누어진 4계급
  3) 또 하나의 계급, 불가촉천민
2. 브라만이 만든 4가지 인생 목표
  1) 다르마 - 사회, 종교적 의무
  2) 아르타 - 부의 축적
  3) 까마 - 육체적 쾌락
  4) 목샤 - 깨달음
3. 현대사회의 카스트 제도와 관련된 끊임없는 갈등
 



인도 카스트제도의 역사와 갈등




1. 인도 고대시대의 카스트 제도


1)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

철제 농기구가 도입된 기원전 8세기경에 농사가 발달되고 생산물이 늘어나면서 전쟁이 생겨나고, 이 과정에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단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카스트 제도가 탄생하게 되었다.


2) 고대시대에 나누어진 4계급

브라만 

- 제사와 교육을 담당한 사제들


끄샤뜨리야 

- 전쟁을 수행한 왕과 무사들


바이샤 

- 농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농민과 상인들


슈드라 

각종 육체노동을 담당하는 노예와 수공업자들



이후 한 세기가 지나자 북부 인도 전역에 16개의 나라가 생겨났고, 이로 인해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남. 이 과정에서 브라만이 소를 제사로 바치는 제사를 독점하면서 최상위 계급으로 권력을 쥐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의 특권을 강화하기 위해 카스트 제도를 더욱 더 정교적이고 강력하게 만든다. (약 2500년전) 

이 때 깨끗함(성스러움, 생명) 더러움, 오염(죽음)의 개념을 이용하여 브라만은 깨끗하고, 이 당시 가장 낮은 계급인 슈드라는 더럽다는 개념을 만들어 낸다. 

- 여기서 깨끗하다는 개념: 농사의 근간이 되어준 갠지스강을 신처럼 성스럽게 여김.

- 더럽고 오염되었다는 개념: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 죽음과 배설물, 시체 등. 

(참고로 이러한 이유로 죽은 물고기들도 먹지 않는데, 이것이 바로 인도에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다)

이 깨끗함과 더러움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본인들은 깨끗한 존재이고, 하층 계급은 죽음과 관련되거나 더러운 일을 하는 더러운 존재로 만들어 카스트 계급을 확고하게 만든다. 



참고: 부처의 등장 


브라만에 제사에 많은 소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농사에 필요한 소가 부족하여 빈곤해지고, 이 시기에 불교의 창시자인 부처(싯타르타)가 등장한다.

싯타르타는 인도 사끼야 왕국의 왕자로 태어나는데 끄샤뜨리야 계급이지만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출가한 후에  35살에 꺠달음을 얻고 부처가 된 인물이다. 

부처의 가르침은 힌두교의 오랜 전통에 정면으로 반대하였고, 이는 브라만이 중요시하는 것들과도 정반대이다. 


- 무소유

- 제사를 지내지 말 것 (농업에 큰 피해가 되고 무고한 살생이 필요한 소를 바치지 말라)


이로 인해 살생을 멈추고, 무소유를 중시하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가르쳤다. 



3) 또 하나의 계급, 불가촉천민

불가촉천민은 '부정타는 자, 닿으면 안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다른 계급이 불가촉천민을 피할 수 있도록 마을에 들어갈 때 막대기로 소리를 내거나 방울을 달고 들어가야했고, 오염된 존재이기 때문에 빗자루로 스스로의 발자국을 쓸면서 걸었다고 한다. 



마누법전*에 나온 내용 


"불가촉천민은 마을 밖에 거주해야 한다."

"낮에 돌아다닐 때는 표시를 달고 다녀야 하며 밤에 돌아다녀서는 안된다."

"불가촉천민, 개, 돼지, 닭 등은 다른 계급이 식사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들이 힌두교에서 가장 부정하고 오염된 것이라 생각하는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한다. 이름을 가지지 않은 채 달리뜨라고 불렸는데, 이는 '짓밝힌 자', '억압받는 자' 등을 뜻한다.

불가촉천민은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 계급이 생긴 이유는 굽타 왕조가 넓게 영토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여러 토착민들이 인도 사회에 새롭게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미 정해진 4계급의 카스트이 있었기에 이 때 불가촉천민이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 냈다. 

또한 카스트 제도의 규범을 어긴 사람들, 예를 들면 결혼할 수 없는 계급 사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불가촉천민으로 신분이 하락된다.




2. 브라만이 만든 4가지 인생 목표

브라만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종교적으로 지켜야 할 4가지 인생 목표를 만들었다. 


1) 다르마 - 사회, 종교적 의무

마누법전*에는 '창조자가 카스트마다 알맞은 업을 정해주었으며, 그 스스로가 생을 반복하며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나와있다. 즉 주어진 의무를 따라야 좋은 세상에 윤회한다는 것. 


"세상의 모든 것은 브라만의 것이요, 브라만은 그 태생 자체로 모든 것에 권한이 있다.",

"슈드라가 다른 계급의 이름을 무례하게 부르면 그 입에 손가락 길이 열 배되는 쇠못을 박아야 한다."

"슈드라의 이름은 사람들이 혐오하도록 지어라."

"슈드라에게는 먹고 남은 음식, 해진 옷, 남은 곡물, 쓰던 낡은 그릇을 주어야 한다."


2) 아르타 - 부의 축적

힌두교는 세상을 살아가는 질서에 관한 종교이기 때문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서 재산을 모아라는 것을 중요시 한다. 돈을 모으고 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생 최대의 행사인 결혼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3) 까마 - 육체적 쾌락

육체적 쾌락을 중요시 하면 높은 출산율로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이것이 농경 사회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시 했다. 힌두교는 매우 실리적인 종교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구 증진을 위해서 성교육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카마수트라*를 만들었다.


1986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인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에 위치한 카주라호 사원에 가면 카마수트라의 내용을 다양한 조각으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종교적으로 육체적 쾌락을 갖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고대부터 학습을 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4) 목샤 - 깨달음

인도의 갠지스 강 등에서 얼굴을 희게 분장한 수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속세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사두*들이다. 



참고: 18세기의 자띠(Jati) 


4개의 카스트가 수천 개로 세분화되는데, 직업 또문 가문을 뜻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카스트에 속하는지 구분이 어려워졌다. 3천개 이상으로 나눠졌는데, 본인의 자띠는 알아도 4개의 카스트 계급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모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띠로 인해 모호해진 계층이 영국의 인도 침략으로 강화된다. 

영국이 인도를 침략한 후 인도 역사상 최초로 인도 인구 총조사를 시작하여 이 복잡한 자띠를 과거의 카스트대로 구분하여 정보에 등록시켰고, 이것이 이후 카스트가 다시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 낮은 계급이 높은 계급으로 신분상승할 수 있는 방법들도 생겨났고, 영국 정부가 그동안 '오염된 일'로 취급받던 도축업에 불가촉천민을 이용하게 되면서, 불가촉천민도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일부 불가촉천민들은 부자가 되었는데, 이 돈으로 영국, 미국 등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인도 계급제도의 끝없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이 중 한명이 바로 불가촉천민 출신의 암베드까르*이다.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천민 출신이지만, 부유한 환경으로 영국 유학을 가게 되었고 이때 신분의 경계가 없는 세상을 접한다. 이 후 인도에 돌아와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방법을 달랐지만 불가촉천민 차별 철폐 운동을 시작한다. 이 운동 과정에서 차별의 근원인 마누법전을 불태워버린다. 

이런 운동으로 1947년 인도의 독립이 이루어졌고, 이 때 불가촉천민이 원했던 헌법이 만들어지며, 1950년에 카스트 차별 제도는 공식적(법적)으로 폐지된다. 


헌법 제 15조

'국가는 종교, 인종, 카스트, 성, 출신지 가운데 그 어떤 것으로도 국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제17조

'불가촉천민제를 폐지하고 관행을 금지한다. 불가촉천민이라하여 그들에게서 어떤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법률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에 해당한다.'




3. 현대사회의 카스트 제도와 관련된 끊임없는 갈등 


공식적으로 카스트제도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카스트는 존재한다. 


그 중 하나의 예로, 1968년 인도 남부에서 불가촉천민 44명이 산채로 불에 타 죽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헌법 제정이후에도 1960년대 인도 사회는 여전히 불가촉천민이 차별받던 시기이다. 불가촉천민들이 평등한 인간으로 대우해달라며 요구하자 수 백명의 마을 사람들이 이들을 습격한 것이다. 


이 외에도 사라지지 않는 차별 문제로 여러 범죄들이 이어지자 달리뜨팬서*라는 조직이 결성되었다. 이 때 집회가 이어지자 경찰이 폭력적으로 시위를 막으면서 여러 불가촉천민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이런 문제들이 이어지자, 정부가 지정 카스트 쿼터제*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불가촉천민 출신의 국회원의원이나 고위관리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제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드라우파디 무르무이다. 그는 첫 불가촉천민 출신 대통령이자 첫 여성 대통령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총리가 국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명예직으로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각 정당마다 사회적 약자를 대통령 후보로 올려 선거를 진행한다.

(참고로 제14대 대통령 람 나트 코빈드 또한 불가촉천민 출신이다.)


불가촉천민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자 바로 윗 계급인 슈드라 및 사회적 약자 계급에게도 대학 입학, 공무원, 의석 할당 혜택을 주는 OBC 쿼터제에 대한 보고서가 1978년 작성되었다. 그런데, 이 OBC에 해당되는 인구가 전체 인도 인구의 약 40%였다. 


지정 카스트 쿼터제 (15%) + OBC 쿼터제 (40%) 정책이 시작되자 상위 계급들은 이를 역차별로 느꼈고, 이로 인해 카스트 갈등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거리 시위, 폭동 등의 발생으로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고, 이런 다른 계급들을 지지하는 정책들을 펼치는 정치가들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현대에도 빈부격차가 극심한 인도의 현실 때문에 경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고, 지금은 카스트와 관계없이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에 빈곤층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로인해 인도 정부는 2019년 빈곤층 10%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였고, 결론적으로는 지정 카스트 쿼터제 (15%) + OBC 쿼터제 (40%) 정책에 빈곤층 10%를 위한 혜택까지 더해져 이로인한 문제와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주


*마누법전(Manusmriti): 약 2천년 전, 고대 인도인이 신분에 따라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한 종교 경전

*카마수트라 : 고대 인도의 성애와 관련된 경전으로 당시 인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사두: 힌두교, 자이나교 등에서 수행 활동을 하는 고행자들을 일컫는 말

*암베드까르: 인도의 독립운동가 겸 인권 운동가로, 인도 건국 헌법 제정의 기초가 된 인물이다. 

*달리뜨 팬서: 1972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설립된 불가촉천민들의 카스트 반대 혁명 조직이다. 

*지정 카스트 쿼터제: 불가촉천민을 보호대상으로 지정하고 대학입학시험 및 공무원 취업 시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정책. 전체 인구의 약 15%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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