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10년째 캐나다에 살고 있는 나의 캐나다 이민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한다. 요즘에도 한국에서의 경쟁이 심하고 스트레스 받는 삶을 떠나 캐나다나 해외로 이민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민은 시기도 잘 맞아야 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사히 이민에 성공했다고 해도 살다보니 맞지 않아 한국으로 역이민을 하는 분들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의 경우 처음부터 영주권을 생각하고 온 건 아니고 어학연수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캐나다 컬리지, 힘든 구직활동, 프리랜서 등을 모두 경험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과정, 그리고 하나씩 거쳐오며 느끼고 배우는 점들에 대해 시리즈 별로 글을 올릴 예정이다.
각자의 이민 과정은 다르고, 그 경험 또한 천차만별이라 이민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이 글이 많고 다양한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을 참고하셔서 본인에게 맞는 루트와 지역 등을 선택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어학연수 계기
벤쿠버의 가을 |
1. 어학연수 계기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라는 건 평생 소원이랄까 목표였다. 요즘 아이들처럼 영어유치원을 다니거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지도 않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늘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1) 학창시절 나에게 영어란
처음 영어를 배운 건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우고 싶은 아이들만 신청하는 방과 후 학습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알파벳 조차 배우지 않았던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부모님이 다들 다니는 영어, 수학 학원을 보내주셔서 평범하게 하나의 과목으로 영어를 배웠을 뿐이다.
고등학생이 되고 영어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였지만, 대학생이 되고는 1, 2학년 때 방학 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의무적으로 2달씩 토익학원을 다녔고, 문법 위주로 배우며 시험 점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어를 배운 이 즈음부터 슬슬 영어공부가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 영어에서 일본어로
그래서인지 그 다음 방학 때는 영어 대신 일본어 학원을 등록해서 다녔는데, 이때부터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영어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방치했다.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을 일본에서 잡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일본어를 살려 간단한 통번역이나 일본 관련 일을 해서 성인이 된 후 영어는 정말 오랜 기간 멀리하게 되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낀 영어의 필요성
그렇게 영어에 대한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열정도 잃은 채 사회생활을 하며 지냈는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 되었다. 이 친구들이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친구들이라 다들 한국어가 유창한 편이었지만 가끔 "How are you?" 라고 내게 영어로 인사를 할 때면 "I'm good!" 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하는 것 조차 낯설고 부끄러워서 "응 괜찮아, 좋아"라며 어색하게 한국어로 대답하곤 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영어로 듣고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간단한 대꾸조차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가끔 회사에서 해외 사이트에서 리서치를 해서 자료를 모아야 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당시 번역기를 혼자 돌려가며 봐도 도저히 혼자서는 업무를 해낼수가 없어서 주말에 영문학을 전공한 아는 동생에게 밥까지 사주며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사실 일본에서 일할 때도 느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영어를 꼭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를 퇴사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이가 더 들어가거나 결혼이라도 해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늘 꿈꿨던 영어권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2. 어학연수 준비 과정
1) 나라와 도시 선정
처음부터 캐나다로 정했던 건 아니고 당시 미국은 미혼 여성이 학생 비자를 받기 어려웠고, 영국은 비싼 학비와 생활비가 부담, 호주는 어학연수 보다는 워킹홀리데이를 목적으로 떠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전반적으로 너무 놀기만 하는 분위기가 아닐까하는 걱정으로 하나씩 제외시키다 보니 결국 선택지 중 캐나다가 남았다. 당시 아일랜드는 지금만큼 흔하지는 않아서 생각도 못했고.
어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봤더니 필리핀과 연계해서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어차피 당시 모아둔 돈으로 가는거라 길게 갈 생각도 아니었고 아무리 싸다고 해도 필리핀이라는 나라 자체에 크게 관심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가서 잠깐 살아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나라를 캐나다로 선택하고 나서는 어학원에서 동부는 많이 추울 거라는 말에 그럼 덜 추운 서부로, 서부라면 그 중에서 가장 큰 도시인 벤쿠버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어학연수 도시를 선정하였다.
2) 어학연수 경비 및 학생비자 신청
당시 이미 2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모아둔 돈으로는 딱 6개월 학비 + 생활비 정도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라 6개월 짜리 학생비자를 신청했다. 참고로 그 당시 캐나다 환율은 1달러 = 1100원 이상이라 캐나다 달러가 비쌌던 시절.
이때만 하더라도 딱 6개월 어학 연수만 하고 돌아와서 한국에서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할 생각 이었기에 영어를 제대로 배워와서 업무에 써야겠다는 정도도 아니었고, 단순히 영어권 어학 연수를 늘 꿈꿔왔기에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더 나이 들기 전에 달성하자 정도의 생각이었다.
3) 어학연수 전 영어 수준
어학 연수를 떠나기 전 영어 실력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출근 전에 기본 문법과 회화수업을 번갈아가며 6개월 정도 들은 수준이라 요즘으로 치면 평범한 중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을까.
4) 어학연수 서류 준비 및 홈스테이 선정
유학원을 통해 가는 어학 연수였기 때문에 유학원에서 필요한 서류를 다 준비해주셨고 체크리스트도 전달받았기에 혼자서 크게 준비할 내용은 없었다. 홈스테이도 알아서 괜찮은 지역(버나비)에 찾아주셔서 벤쿠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지만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었다. 당시 나는 20대 후반 이었지만 20대 초중반 시절을 일본어와 일본여행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영어권 나라로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3. 번외 - 캐나다 지역 선정할 때 고려할 점 (어학연수 기준)
결론적으로 벤쿠버로 선택하길 잘했고 만족하며 잘 다녀왔다. 혹시 아직도 도시 선정이 고민이신 분들을 위해 캐나다 내 어학연수 지역을 선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1) 계절별 날씨
: 6개월 이내로 다녀온다면 어느 도시든 봄, 여름, 가을 사이로 다녀오는 것이 좋다. 서부는 겨울철 비가 거의 매일 내리고 동부는 굉장히 추워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이상 야외에서 즐길거리가 많이 없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에는 기나긴 겨울동안 전반적으로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2) 즐길거리와 주변 도시로의 접근성
: 대도시로 가더라도 처음 몇달 지내보면 의의로 할 게 많이 없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나 스포츠 등이 있다면 해당 지역 자연환경이나 커뮤니티 등을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고 근처 도시로의 접근성 또한 생각해서 도시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벤쿠버는 다운타운이 작아서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고 근처 자연경관이 좋은 곳들도 많지만 자연에서 즐기는 시간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다운타운 자체는 좀 심심한 편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빅토리아 같은 소도시는 작고 아름답지만 차가 없다면 여기저기 둘러보기 힘들고, 빅토리아에 사는 캐네디언의 특성상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벤쿠버보다 더 작은 도시이다보니 훨씬 심심하지만 이것 때문에 오히려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 깊어지고 영어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토론토는 다운타운 뿐만 아니라 동네별로 특성이 있고 규모도 커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큰 이벤트 등이 많아서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좋지만, 벤쿠버만큼 자연경관이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다. 대신 뉴욕이 가까워서 좋고, 퀘벡 쪽으로 여행하기에도 좋다.
캘거리는 토론토나 벤쿠버 보다는 즐길거리가 적을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편이다. 알버타주에 위치해 있어 록키산맥이 가깝기 때문에 도시에서 운전해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대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